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마음속으로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했다.
먼저 집을 팔고 나중에 새 집을 구할지, 아니면 마음에 드는 집부터 잡아두고 살던 집을 팔지. 밤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주변에서는 “지금 매물이 귀하니까 일단 잡아라”라고 했고, 또 한쪽에서는 “집이 안 팔리면 두 채를 떠안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치는 것도 아까웠다. 근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잔금을 못 치르는 상황이었다. 계약금을 날리는 것도 그렇고, 이삿짐 차까지 와 있는데 돈이 안 들어오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살던 집을 먼저 팔고, 그다음 새 집을 사는 선매도 후매수로 결정했다.
집부터 살까, 팔고 살까? 나는 먼저 팔았다
실거주 집을 옮기는 거라면 결국 기존 집에서 나오는 돈이 새 집으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먼저 살던 집을 부동산 여러 군데에 내놨다. 급하게 팔아야 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 조율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해두고 기다렸다.
매수는 그다음이었다. 기존 집 매도 계약이 잡히고 잔금 날짜가 어느 정도 확정된 뒤 새 집 계약을 진행했다.
막상 해보니까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를 알겠더라. 새 집부터 계약했는데 기존 집이 원하는 날짜에 안 팔리면 결국 내가 급해진다. 새 집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살던 집 가격을 급하게 낮춰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선매도가 무조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기존 집 매도대금 없이도 새 집 잔금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계약서 특약도 그냥 넘기면 안 됐다
매도와 매수 잔금일을 연결해 놓으면 한쪽 일정이 틀어질 때 다른 쪽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매수 계약서를 쓸 때는 기존 집 매도 잔금일과 새 집 매수 잔금일을 최대한 맞추고, 일정이 바뀌었을 때 잔금일 조정이 가능한지도 중개사와 미리 이야기해두는 편이 좋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금을 돌려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다.
대출 미승인 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 조건이 필요하다면 계약 전에 상대방과 합의하고 특약으로 명확하게 넣어야 한다.
이 부분은 계약금이 걸려 있으니 그냥 말로만 합의하고 넘어가기보다는 계약서에 정확하게 적어두는 게 마음 편하다.
집을 내놓으면서 대출부터 알아본 이유
집을 내놓고 내가 바로 시작한 게 대출 알아보기였다.
부동산에서 대출 상담사 연락처를 받기도 했고 은행에도 직접 물어봤다. 가능하면 한두 군데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여러 곳을 비교해보는 편이 낫다.
처음에는 “내 소득도 같고 집값도 같은데 은행마다 얼마나 다르겠어?” 싶었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차이가 있었다. 금리는 물론이고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도 달랐다.
여기에 확인해야 할 게 스트레스 DSR이다.
쉽게 말하면 내 연소득으로 기존 대출과 새로 받을 대출의 원금·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기준이다.
스트레스 DSR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까지 반영해서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하나 있는데, 스트레스 금리가 실제 내 주담대 금리에 그대로 붙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3억 정도 나올 것 같아도 실제 심사에서는 그보다 적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6년에는 지역과 규제지역 여부, 대출 종류 등에 따라 적용되는 주담대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
집 계약을 다 해놓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대출이 몇천만 원 적게 나오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부터 정말 머리가 아파진다.
매도금 5억이면 5억을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 잔금 계산을 할 때 내가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다.
예를 들어 살던 집을 5억 원에 팔았다고 해보자. 순간적으로는 “그럼 내 돈이 5억 생기는 거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근데 말이죠. 그 집에 주택담보대출 2억이 남아 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5억을 받아도 기존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 대출 상품에 따라 당일 이자나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다면 그것까지 빠진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계산한 건 매매가격이 아니라 기존 집을 정리하고 난 뒤 새 집에 넣을 수 있는 돈이 얼마냐였다.
| 구분 | 금액 예시 | 확인할 내용 |
|---|---|---|
| 기존 집 매도 잔금 | 5억 원 | 실제로 들어오는 금액 |
| 기존 주담대 상환 | 약 2억 원 | 원금·당일 이자·수수료 |
| 매도 후 실제 남는 돈 | 약 3억 원 | 새 집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
| 신규 주담대 | 3억 원 | 실제 승인금액 확인 |
| 새 집 매수 잔금 | 5억4천만 원 | 계약금 제외 |
| 부대비용 | 별도 | 취득세·중개보수·법무비·이사비 등 |
잔금 계산은 이렇게 해보니 가장 쉬웠다
= 매수 잔금 + 부대비용
– 매도 후 실제 남는 돈
– 신규 주담대
사실 이게 핵심인데, 새 집 잔금만 딱 맞추면 끝나는 게 아니다.
취득세도 내야 하고 중개보수, 법무사 비용, 이사비도 나간다. 기존 대출을 조기에 상환하면서 비용이 발생한다면 그것도 따로 넣어야 한다.
나는 이 돈들을 전부 한 장에 적어놓고 계산했다. 머릿속으로만 더하고 빼면 이상하게 꼭 하나씩 빠졌다.
중도상환수수료, 예전 비율로 계산하면 안 됐다
살던 집에 주담대가 남아 있다면 매도 잔금일에 기존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
여기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몇 % 정도”라는 글을 보고 대충 계산하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대출을 받은 시점과 금융회사, 상품에 따라 조건이 다를 수 있다. 2025년부터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제도도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해서 계산하는 건 맞지 않는다.
나는 차라리 잔금 날짜가 정해지면 기존 대출은행에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고 본다.
이렇게 물어보고 받은 금액을 잔금 계산표에 그대로 넣으면 된다.
아니 근데 진짜 잔금일에는 100만 원, 200만 원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비용은 미리 확인하고 여유자금도 조금 남겨두는 게 마음 편했다.
잔금 당일 돈은 어떤 순서로 움직일까?
이 부분이 나는 제일 궁금했다.
기존 집을 판 돈도 받아야 하고, 그 돈으로 기존 대출도 갚아야 한다. 동시에 새 집 주담대도 실행해서 새 집 매도인에게 잔금을 줘야 한다.
처음에는 “이 많은 돈을 내가 하나씩 전부 이체해야 하나?” 싶었다.
↓
기존 주담대 상환
↓
근저당 말소 절차
↓
매도 후 남은 돈 확보
↓
신규 주담대 실행
↓
새 집 매도인에게 잔금 지급
↓
소유권 이전 및 신규 근저당 설정
신규 주담대는 은행에서 새 집 매도인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은행과 모든 거래가 같은 방식은 아니다. 대출 상담할 때 “대출금이 제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매도인에게 바로 들어가는지”를 한 번 확인해두면 잔금 계산이 훨씬 쉬워진다.
이 흐름을 알고 나니까 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잔금일 이체한도, 이건 정말 미리 봐야 한다
이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당일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난감하다.
잔금일에는 억 단위 돈이 움직일 수 있는데 평소 사용하던 1회 이체한도와 1일 이체한도가 그대로라면 한 번에 송금이 안 될 수도 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모바일 OTP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금액까지 이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1회 이체한도
✓ 1일 이체한도
✓ 모바일 OTP 또는 OTP 사용 여부
✓ 타행 고액송금 가능 여부
✓ 고액 이체 시 추가 인증 여부
나는 잔금일과 예상 송금액을 은행에 미리 이야기해두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본다.
잔금 당일 이체가 막혀 은행 창구로 뛰어가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매도·매수 날짜가 겹치면 일시적 2주택은?
나도 처음에는 이게 꽤 걱정됐다.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을 사는 날이 겹치면 잠깐이라도 집이 두 채가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일시적 2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잔금일 몇 시간만 겹치니까 무조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취득한 시기와 기존 주택 처분 여부, 주택 소재지 등 당시 적용되는 지방세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취득세는 금액 자체가 크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잔금 전에 법무사나 관할 지자체 세무부서에 한 번 확인해보는 게 낫다.
“기존 집을 ○월 ○일에 매도하고 새 집을 같은 날 취득하는데 일시적 2주택에 해당하는지, 취득세는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기존 집 매매계약서와 새 집 매매계약서를 미리 보여주면 확인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잔금 당일 돈이 늦게 들어오면 어떡하지?
살다 보면 그럴 때 있잖아요. 아무리 준비해도 내 뜻대로 안 되는 날이 있다.
매수인 쪽 대출 실행이 늦어질 수도 있고 은행 전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뒤에 연결해둔 내 매수 잔금까지 줄줄이 늦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잔금 전날에는 매도 부동산, 매수 부동산, 법무사, 대출 담당자의 연락처를 한 번에 정리해두는 게 좋다.
돈이 예상시간에 안 들어오면 혼자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연락해서 양쪽 거래 상황을 공유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잔금이 부족할까 걱정된다고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미리 덜컥 만들어두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새로운 신용대출이 주담대 심사나 DSR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상자금이 정말 필요하다면 신규 주담대 담당자에게 먼저 물어본 다음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
다시 아파트를 매도·매수한다면 이 순서로 한다
02. 여러 은행에서 실제 대출 가능액을 확인한다.
03. 기존 집 매도 계약을 한다.
04. 새 집 매수 계약을 한다.
05. 두 집의 잔금일을 연결한다.
06. 기존 주담대 상환 예정금액을 확인한다.
07. 취득세·중개보수·법무비·이사비까지 계산한다.
08. 이체한도를 확인한다.
집을 사고팔면서 가장 무서웠던 건 의외로 집값이 아니었다.
“잔금일에 돈이 정말 딱 맞아떨어질까?”
나는 이게 제일 신경 쓰였다.
막상 해보니까 매도금액 하나만 보면 안 됐다. 기존 대출을 갚고 얼마가 남는지, 신규 대출이 실제 얼마 나오는지, 취득세와 각종 비용을 내고 내가 현금으로 얼마를 보태야 하는지를 따로 계산해야 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거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이 ‘잔금 자금 이동표’ 한 장만 만들어놔도 머릿속이 훨씬 정리된다.
특히 마지막으로 대출 한도와 적용 규제까지 한 번 더 확인해두면 “계산은 맞았는데 대출이 부족한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