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중순쯤 되면 습관처럼 교통카드 사용액을 확인했다.
“어, 벌써 이렇게 썼어?”
출퇴근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월말에 보면 8만 원, 9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달도 있었다. 환승할 때마다 얼마가 빠졌는지 확인하고,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신경 쓰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알게 된 게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였다.
처음에는 ‘무제한’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한 달에 6만 원 정도만 내고 계속 탈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나 같은 사람한테 딱 아닌가 싶었다.
근데 말이죠.
막상 내 출퇴근길을 하나씩 대입해보니까 얘기가 좀 달라졌다.
“잠깐, 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도 되는 거 맞아?”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월 교통비가 9만 원이냐 10만 원이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다. 어디에서 타는지, 그리고 뭘 타는지였다.
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광역버스나 신분당선처럼 기후동행카드에서 빠지는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면, 무제한이라는 말만 보고 덜컥 발급하면 오히려 애매해질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vs K-패스, 뭐가 그렇게 다른데?
처음 알아볼 때는 둘 다 교통비 할인 카드 정도로 생각했다.
막상 뜯어보니 방식이 아예 다르다.
기후동행카드는 정액제, K-패스는 내가 실제로 쓴 교통비 중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기후동행카드는 “한 달치 미리 내고 많이 타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K-패스는 “일단 쓰고 나중에 일부 돌려받는 사람”에게 맞는 구조다.
| 구분 | 기후동행카드 | K-패스 |
|---|---|---|
| 기본 방식 | 일정 금액으로 무제한 이용 | 실제 이용금액 일부 환급 |
| 일반 이용자 | 월 정액권 | 일정 비율 환급 |
| 청년 | 청년 할인권 적용 가능 | 청년 환급률 적용 |
| 광역버스 | 이용 제한 | 이용 가능 범위가 넓음 |
| 신분당선 | 제외 | 이용 가능 |
| 경기-서울 통근 | 동선 확인 필수 | 상대적으로 활용하기 편함 |
표로 놓고 보니까 조금 감이 왔다.
서울 안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기후동행카드가 꽤 괜찮다. 출퇴근에 주말 약속까지 더해지면 무제한이라는 장점이 확실히 커진다.
근데 여기서 반전은 경기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경기도에 있는 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게 아니고, 같은 지하철 노선이라고 해도 승·하차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나도 여기서 결제를 멈췄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출근할 때 찍힌다는 거야, 안 찍힌다는 거야?”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했다.
경기-서울 출퇴근자는 ‘얼마 쓰는지’보다 승차역부터 봐야 했다
처음엔 나도 지난달 교통비부터 계산했다.
9만 원 정도 썼으니까 6만 원대 정액권이면 당연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계산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내가 아침에 처음 타는 역이나 버스가 기후동행카드 적용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경기-서울 통근자라면 일단 이것부터 확인해보면 된다.
- 집 근처 첫 승차역이나 버스가 기후동행카드 대상인지
- 출퇴근 중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를 타는지
- 환승까지 포함했을 때 내 출퇴근 동선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서울에서 경기 방향으로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 경기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도 똑같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제 퇴근할 때 됐으니까 오늘 출근할 때도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기 딱 좋은데 실제 적용 조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카드부터 충전해놓고 출근길 개찰구에서 안 찍히면 그때부터 정말 난감해진다.
월 9만 원 쓰는 사람은 실제로 얼마나 아낄까?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까 이번엔 진짜 돈 계산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월 22일 출퇴근한다고 놓고, 서울 단거리 이용자부터 경기-서울 통근자까지 대략적인 금액을 비교해봤다.
| 이용 유형 | 월 교통비 | 기후동행카드 | K-패스 일반 20% 가정 |
K-패스 청년 30% 가정 |
|---|---|---|---|---|
| 서울 단거리 | 61,600원 | 62,000원 | 49,280원 | 43,120원 |
| 경기-서울 통근 | 90,200원 | 동선에 따라 제한 | 72,160원 | 63,140원 |
| 광역버스·신분당선 통근 | 132,000원 | 이용 제한 | 105,600원 | 92,400원 |
아니 근데 진짜 숫자로 놓고 보니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월 교통비가 9만 원 정도라면 일반 20%를 단순 적용했을 때 약 1만8천 원, 청년 30%라면 약 2만7천 원 정도의 환급 효과가 생긴다.
2만7천 원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매달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32만4천 원이다.
“교통카드 하나 고르는 건데 1년에 30만 원 넘게 차이 날 수도 있네?”
이렇게 생각하니 카드 선택을 대충 할 일이 아니었다.
기후동행카드는 몇 번 타야 본전을 뽑을까?
여기서 또 궁금해졌다.
“그럼 도대체 한 달에 몇 번 타야 기후동행카드가 이득인데?”
이때 필요한 게 손익분기점(BEP)이다. 말이 조금 거창한데, 그냥 몇 번쯤 타야 정액권 가격만큼 뽑아먹느냐를 보는 거다.
기본요금을 1,400원으로 단순하게 놓고 계산해봤다.
| 월 이용횟수 | 일반 교통카드 | 일반권 62,000원 | 청년권 55,000원 |
|---|---|---|---|
| 40회 | 56,000원 | 6,000원 손해 | 1,000원 절약 |
| 45회 | 63,000원 | 1,000원 절약 | 8,000원 절약 |
| 60회 | 84,000원 | 22,000원 절약 | 29,000원 절약 |
이렇게 보니 꽤 명확하다.
일반권이라면 대략 월 45회 정도는 타야 정액권 가격을 넘어가기 시작한다. 청년권 55,000원을 적용받는다면 40회 전후부터 계산상 이득이 생긴다.
근데 여기서 숫자만 보면 안 된다.
한 달에 60번, 70번을 타더라도 매일 출근할 때 이용하는 광역버스나 지하철 구간이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45회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횟수 계산 전에 내 출퇴근 동선부터 확인해야 한다.
월 45회 넘으면 무조건 기후동행카드? 꼭 그렇진 않았다
검색하다 보면 ‘몇 번 이상 타면 기후동행카드가 이득’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처음엔 그 숫자만 봤다.
“나는 출퇴근만 해도 40번 넘으니까 거의 본전이네?”
그런데 출퇴근 경로를 넣어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서울 안에서 하루 두 번 출퇴근하고, 주말에도 약속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을 자주 탄다면 기후동행카드가 확실히 매력적이다.
막상 경기에서 서울로 넘어오면서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를 끼워 타는 사람이라면 K-패스 쪽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다.
서울 생활권에서 자주 탄다
→ 기후동행카드부터 계산
경기에서 서울로 광역 통근한다
→ K-패스부터 계산
이렇게 나눠놓고 보니까 훨씬 덜 헷갈렸다.
나는 뭘 써야 하지? 이것만 체크해봤다
복잡한 계산이 싫다면 지난달 출퇴근길을 떠올려보면 된다.
경기도에서 출근을 시작한다면?
→ K-패스를 먼저 확인해보는 편이 낫다.
신분당선을 이용한다면?
→ K-패스 쪽을 먼저 비교해보는 게 편하다.
광역버스를 탄다면?
→ 역시 K-패스부터 보는 게 현실적이다.
거의 서울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 여기서부터 기후동행카드가 꽤 매력적으로 들어온다.
평일 출퇴근에 주말 외출까지 많다면?
→ 무제한 이용의 장점이 확 커진다.
뭐니 뭐니 해도 중요한 건 ‘몇 번 타느냐’와 ‘뭘 타느냐’를 같이 보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보고 고르면 계산이 틀어질 수 있다.
실물 기후동행카드, 처음 찍어보니 묘하게 홀가분했다
내 동선을 확인하고 서울 시내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뒤에는 실제로 카드도 써봤다.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니 실물카드를 선택했고, 지하철역 근처 편의점에서 카드를 구매했다. 역사 내 충전기에서 직접 충전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그리고 첫 출근날.
삑-
개찰구를 통과하면서 나도 모르게 잔액 표시부터 보려고 했다.
늘 하던 습관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 이제 이거 안 봐도 되지.”
하고 멈칫했다.
별것 아닌데 묘하게 홀가분했다.
퇴근길에 버스로 갈아탈 때도 예전 같으면 환승요금이 얼마 빠졌는지 슬쩍 확인했을 텐데 그냥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하는 길에는 이런 신경 하나 덜 쓰는 것도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한 달 뒤 교통비를 확인했을 때도 단순히 “몇천 원 아꼈네”라는 느낌보다는,
그게 좋았다.
매달 야금야금 빠져나가던 교통비가 딱 정해진 숫자로 보이니까 가계부도 훨씬 편해졌다.
카드부터 만들지 말고 지난달 교통비부터 열어보세요
말이 길어졌는데 결국 내가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를 비교하면서 얻은 답은 단순했다.
지난달에 얼마 썼는지만 보고 카드를 고르면 안 된다.
먼저 출근할 때 어디에서 타는지 보고, 광역버스나 신분당선을 이용하는지 확인한 다음, 마지막에 실제 교통비를 넣어 계산해보는 게 맞았다.
특히 매달 8만~10만 원 정도 교통비가 나가는 경기-서울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계산해볼 만하다.
나도 처음에는
“무제한이면 당연히 이득 아닌가?”
싶었다.
알고 보니 누구에게나 무제한이 정답인 건 아니었다.
서울 안에서 이동량이 많은 사람과 매일 경기도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사람은 애초에 계산법부터 달랐다.
내가 한 달에 몇 번 탔는지, 첫 승차가 어디인지,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를 몇 번 이용했는지만 확인해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 거의 답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같은 경기-서울 출퇴근이라도 어느 역에서 타고 어떤 교통수단으로 환승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카드를 발급하기 전에 내 출퇴근 구간이 실제 적용되는지까지 확인해보면, 매달 그냥 빠져나가던 교통비에서 생각보다 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